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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2007.12.09 00:00
    청담동·서초동 등 전통적인 고급 빌라촌과 최근 랜드마크로 떠오른 타워팰리스·아크로빌 등 유명 주상복합 일대는 ‘대한민국 1%’의 덕을 톡톡히 누린다. 빈부격차 문제가 사회이슈로 떠오르자 이들의 폐쇄적이고 은밀한 소비행태는 한층 더 기승을 부린다.

    VIP·귀족·1%마케팅으로 불리는 신(新)판매전략은 강남상권의 바이블로 부각됐다. 불황을 이기려면 부자고객을 잡아야 하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인 탓. ‘상위 20%가 전체매출의 80%를 담당한다’는 파레토(20/80) 법칙도 유감 없이 증명된다. 불황이 끝나면 부(富)가 한 단계 더 축적된다는 부유층은 차라리 지금이 더 즐거울 터다. 한국의 부자들, ‘그들만의 은밀한 리그’에 불황은 없다.

    보험 컨설턴트인 권재성 씨는 최근 동료들과 스터디 그룹을 결성했다. 주제는 ‘부자 알기’다. 보험만 해도 추세가 상속·증여부문으로 급격히 옮아가 부유층 고객을 확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져서다. 관련서적 탐독과 실전경험 공유를 통해 부자고객의 습관과 관심분야 등을 익히고 있다. 사정은 다르지만 강남에 영업포인트를 뒀다면 ‘부자 알기=영업실적’으로 연결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유통업계에 있어 강남상권은 대표적인 상징권역이다. ‘강남을 잡지 못하면 실패한다’는 게 업계의 불문율이다. 특정 브랜드를 런칭할 때 강남전략을 먼저 세운 후 기타 지역을 검토할 정도다. 세계적인 명품브랜드 역시 시장개척지 1순위에 한국의 강남을 올려놨다. 실제로 강남을 제대로 정복한 명품메이커 중 손해본 곳은 한 곳도 없다.

    백화점은 이미 ‘강남대첩’이 한창이다. 빅3(롯데·현대·신세계)가 강남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강남인구의 엄청난 소비력이 결국 구매력 차이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백화점 쪽에서는 강남의 10% 인구가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한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고급화 전략이 절대비중을 차지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관계자는 “부유층 고객 확보 수가 매출규모에 정비례한다”고 전했다.

    브랜드의 생존을 거머쥔 부유층고객을 알려는 움직임도 가시적이다. 청담동 명품거리의 S숍 종업원 박모 씨는 “고객만족 서비스라지만 이 곳과 강북은 만족의 정도가 다르다”며 “말 그대로 황제대접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박씨에 따르면 고객과 점원 사이가 아닌 CEO와 비서, 혹은 주인과 집사 역할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대한민국 1%’에게 물건을 파는 마케터들은 부유층 속마음을 누구보다 잘 꿰뚫는다. 그들에 따르면 부자들은 보수적인 색채가 꽤 짙다. 자기 것을 지키려는 성향 탓이다. 쇼핑을 할 때도 지나치게 튀거나 유행에 민감한 제품에는 관심이 없다. 명품이 파격적인 디자인을 채택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 고유의 디자인과 컨셉트에서 약간의 변화만 줄 뿐이다.

    뚫기 힘들지만 인간적인 유대관계만 쌓이면 그 다음은 탄탄대로다. 마음을 열 때까지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자기 사람으로만 인식되면 평생 같은 배를 타기 때문이다. 집단심리도 강하다. 이너서클(조직의 핵심 권력집단)에 속한 멤버간 패밀리 의식은 피붙이 이상이다. 일정한 자격조건을 갖춘 사람들끼리 ‘그들만의 리그’도 왕성하다. 일부 매장은 매출향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몇 사람만의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해 대접받는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VIP들은 개인마케팅에 호감이 높다. 모 광고카피처럼 ‘한 사람만을 위한…’에 만족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이들은 군중이 붐비는 곳보다 조용하고 개인적인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공간을 선호한다. 회원제·예약제가 강남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병원·미용실 등은 개인 룸을 구성해 부자고객을 유치한다. 우수고객을 위한 전용공간이다. 이곳에서 고객은 특별함을 느끼고 우수한 서비스에 만족한다.

    단골시스템도 부자들만의 전유물이다. 1%들은 유행 스타일에 관심이 없다. 단골매장을 통해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청담동·압구정동의 전문 명품숍은 유행과 따로 논다. 튀지 않지만 고급스러움이 배어난 자신만의 브랜드를 즐겨 찾는다. 당연히 세일하는 명품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세일을 해도 VIP 몰래 조용히 하는 경우가 많다. 자칫 이미지에 치명상을 받아서다. 현대홈쇼핑이 명품을 싸게 팔겠다며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곧 포기한 게 좋은 사례다.

    가격 역시 구매변수는 아니다. 아무 것이나 사진 않지만 그렇다고 비싼 것을 무조건 선호하지도 않는다. 특정 브랜드와 정기적으로 교감하면서 평생을 단골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가격보다는 품격과 명성이 우선 고려사항이다. 브랜드의 마케팅전략도 일반고객과는 차별적이다. 리스트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선물과 안내 브로셔를 보낸 뒤 구입의사와 상관없이 제품을 배달하기도 한다. 전담 판매원이 취향·구미에 맞게 보낸 탓에 반품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이 결과 단골고객을 많이 확보한 숍마(숍 마스터의 줄임말)는 연봉만 수억원대다. 전화 한 통으로 평소 관리하는 부유층 고객을 움직이는 파워를 자랑한다. 숍마의 이름을 보고 점포를 옮기는 부자고객도 상당수에 이른다. 매장만 연다고 고객이 확보되지 않는 것도 이런 관계 때문이다. 고가브랜드일수록 숍마와 고객과의 관계는 더 긴밀하다.

    따라서 VIP고객은 대개 ‘얼굴 없는 손님’으로 통한다. 애써(?) 발품 팔아 매장을 찾기보다 안방에서 가져온 물품을 보는 게 더 부자답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부자들의 강한 폐쇄성도 한몫 한다. 쇼핑과정에서 돈 많은 사람으로 비춰지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일례로 부유촌 인근에는 그 흔한 슈퍼도 별로 없다. 적당하게 주문·배달하는 게 뒤탈(?)이 없어서다.

    이런 점에서 강남상권에는 직접 찾아가는 ‘방판(방문판매)’이 유행한다. 백화점이나 전문의상실의 경우 전문 방판직원이 VIP를 찾아가 물품을 판매한다. 몇년 전 옷 로비 사건처럼 배달·방문판매는 매우 일상적이다. 1%에 끈이 닿는 마케터는 자사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품을 사적으로 의뢰받아 취급한다. 고객으로부터 부탁받아 물건을 찾아주는 경우도 적잖다. 보석·잡화·의류 등을 1명이 팔기도 한다. 폐쇄적인 부유층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게 그만큼 결정적인 이유다.

    1%가 선호하는 결제수단은 십중팔구 현금이다. 신분노출이 염려돼서다. 자금흐름이 노출되는 수표만 해도 선호도는 떨어진다. 정당한 수입이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꺼림칙한 돈이라면 자칫 세무조사의 불똥이 튈 염려도 있다. 모두 자신의 소비내역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결과다. 일부 명품매장에는 아예 현금을 세는 기계까지 설치해 뒀을 정도다. 종업원에게 현금지불 시 대응요령을 교육시키는 곳도 많다.


    박스기사: 생필품도 명품

    담배 한 개비 555원·생수 0.5리터 5,000원

    “고가 명품을 선호하는 것은 그렇다고 쳐요. 오래 쓸 수 있어 되레 경제성이 더 뛰어나다는 핑계도 틀리지는 않죠. 그런데 생필품까지 보통 제품의 5∼10배를 주고 쓸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참 이곳은 별천지예요. 남의 나라 풍경 같습니다.” 서초동 근처 편의점 종업원 최모 씨의 하소연이다. 최씨는 요즘 말로만 듣던 강남특구를 실감하고 있다. “사는 수준이 다르다”는 게 최씨가 바라본 강남 1%의 평가다.

    ‘마린 파워’는 수입생수다. 0.5리터짜리 작은 통 가격은 5,000원. 고급생수로 인식된 ‘에비앙’보다 4∼5배, 일반생수보다는 10배 가까이 비싸다. 120여 가지 미네랄 성분이 장점이란다. 올 4월부터 백화점·통신판매 등을 통해 시판됐지만 고정고객만 벌써 수백명에 달한다. 타워팰리스의 한 고객은 1년 물값에 1,500만원을 지불했다는 말까지 들린다. 물론 20% 할인가격이다.

    담배도 명품바람에 휩싸였다. 샹떼코리아가 지난 7월 내놓은 ‘생테 럭셔리’는 한 갑에 1만원. 그것도 한 갑에 18개비만 들었다. 개비당 555원 꼴이다. 인삼·거담제 등에 타르와 니코틴까지 최적의 비율로 넣었다는 게 회사측 설명. 판매 2개월 만에 18만갑을 팔아치웠다. 독약에 보약 넣는다고 좋아질 리 없지만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산 ‘트레저’는 한 갑에 3만원이 넘지만 역시 판매량은 증가세다.

    강남 주유소는 돈의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민들이 휘발유 값 몇 원 인상에 싼 주유소만 찾아다니는 동안 강남주유소는 명품휘발유 판매에 돌입했다. 이 곳에서 유사휘발유를 찾으면 별종 취급받기 딱 좋다. 리터당 6,600원짜리 휘발유가 불티나게 팔리는 까닭에서다. 현대오일뱅크의 ‘익스트림’은 1회 주유 때 평균 27만원이 든다. 경주용 휘발유지만 시판 2개월 만에 2,000리터 이상 팔렸다. 핸들링이 좋고 미끄러짐이 없다는 게 선호 이유다.


    박스기사: 백화점 ‘1% 마케팅 백태’

    ‘가라! 피혁제품, 오라! 고가명품’

    원래 백화점 1층은 붐비게 마련이다. 전략적으로 상품구색을 다양화해 손님을 끈다는 게 업계의 불문율이었다. 1층에 화장실이 없는 것도 이 때문. 그런데 강남은 이 불문율이 금기시될 전망이다. 되레 손님을 줄이는 게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떠올랐다. 로열층인 1층을 시장판처럼 붐비게 만드는 것보다 여유 있게 꾸미는 게 파레토 법칙의 상위 20% 매출에 도움이 돼서다.

    강남상권의 백화점 1층은 최근 한가해 보이는 게 메인 전략(?)이다. 떠들썩하게 사람이 붐비면 정작 돈 되는 부유층을 놓치기 때문. 집객(集客)효과가 큰 피혁제품만 해도 강남권 백화점에서는 이제 1층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1층을 고급스럽게 꾸며 품격을 높이도록 방향을 잡았다. 잡화매장 대신 수입 브랜드가 그 자리를 꿰차는 추세다. 그것도 공간을 오픈시키기보다 폐쇄형 매장으로 변신을 꾀하는 브랜드가 많다. 부자들의 습성에 맞추기 위해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최근 숙녀복 코너인 2층 전체를 수입명품 매장으로 바꿨다. 2층이 VIP주차장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개장 때부터 피혁제품을 1층에서 제외한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구두매장을 4년 전에 1층에서 퇴출(?)시켰고, 핸드백 역시 3층으로 올려보냈다. 명품브랜드 역시 부유층 선호제품은 매장을 과감히 확대하는 반면 중저가형은 설자리를 잃었다. 상권과 고객에 따라 매장 구성을 바꿔 불경기에 대응한다는 논리다.
    (내외신문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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