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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2015.11.30 01:00

    다산연구소 이사장 박석무

     

    한 인간의 운명,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악을 행하고도 운이 좋아 잘 먹고 잘살면서 떵떵거리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지만, 선을 행하고도 불행한 일만 겹쳐서 슬픔과 비애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다산 같은 천재도 운명이 기구하여 큰 죄를 짓지 않고도 외롭고 쓸쓸하기 짝이 없는 18년의 유배사리를 해야만 했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 사람의 운명이다. 그러나 다산은 분명히 말했다. 착한 일을 한다고 꼭 복을 받는 것도 아니고, 악한 일을 한다고 꼭 불행을 당하지는 않지만, 인간은 인간된 도리 상 결과와 관계없이 착한 일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산의 방외인 열전의 하나인 <장천용전>은 인간의 행불행에 대하여 또 다른 의미를 보여주는 글이다. 본디 장천용은 통소를 잘 부는 인물로 알려졌으나, 다산이 곡산도호부사 시절에 시험한 바로는 통소 못지않게 수묵화에도 뛰어난 예능의 천재였다. “‘통소는 내 장기가 아닙니다. 그림 그리는 일이 장기입니다’라고 하기에 비단폭을 주었더니, 산수(山水), 신선(神仙), 호승(胡僧), 괴조(怪鳥), 오래 묵은 덩굴, 고목 등 무릇 수십 폭을 그렸는데, 먹물이 단정하게 엉겨 있지는 않으나 부자연스러운 데 없이 모두가 기상이 꿋꿋하고 기괴하여 사람의 상상으로는 미치기 어려운 바가 있었다. 형상과 물태(物態)를 묘사하는데 있어서는 털끝 하나까지 섬세하고 교묘하게 그려 정신이 살아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깜짝 놀라 경탄해마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하여 뛰어난 그림 솜씨를 칭찬했다. 

     

    그런 뛰어난 예능인이 얼마나 불행에 처해 있었던가를 다산은 또 기술했다. “천용은 아내가 있었는데, 얼굴이 지극히 못생기고 오래전부터 중풍으로 인한 마비증세가 있어 길쌈도 못하고 바느질도 못하며 밥도 짓지 못하고 애도 낳지 못하면서도 성질 또한 어질지 못하였다. 항상 누워 있으며 욕설만 퍼부었지만, 천용은 그를 보살피는 일에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으므로 이웃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겼다고 한다”라고 글을 마쳤다. 

     

    당시 여자라면 길쌈도 잘 하고 바느질도 잘하며, 밥도 잘 짓고 아이도 잘 낳아야만 했건만, 그러지는 못하면서 언제나 누워 있으며 성질까지 고약하여 남편에게 항상 욕만 퍼붓는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천용의 불행은 차마 견딜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천용은 예능에도 뛰어났지만, 마음씨까지 어질어서 그런 아내에게 게으름 없이 돌봐주고 보살펴주었다니 이 얼마나 착한 남편이었는가.

     

    신분도 낮은 데다, 가난하고 힘이 약한 예능인, 아내까지 어질지 못하고 오랫동안 환자로 누워 있었으니 보통 사람이라면 감내하기 어려운 처지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거역할 수 없는 운명, 그런 아내를 보살펴주고 돌봐준 천용, 운명에 순응한 삶이 아닐 수 없다. 불행과 비운을 견디는 삶의 지혜, 거기에도 삶의 의미가 있음을 알리려고 다산은 <장천용전>을 집필하지 않았을까?

     

    착한 사람이 불행에 빠져 신음하는 경우가 주변에 참으로 많다. 천재가 당했던 불행을 생각하면서, 각자의 불행을 극복해가는 지혜를 얻어내야 할 것 같다.
     
    박석무/다산연구소 이사장,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고산서원 원장

    (내외신문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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