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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2013.04.28 00:06
      

    1994년 6월 지미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NPT 탈퇴와 탄도 미사일 발사로 촉발한 북한발 1차 핵 위기를 중재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다. 김일성과 면담한 카터는 곧 김영삼 대통령을 방문해 통큰 선물을 주고 가는데, 바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이었다. 이 회담은 남한이 회담을 하자고 아양을 떨지도 선물을 준 댓가도 아닌 것이고, 후계자 김정일이 낳고 있던 북한 경제의 위기의식을 그제야 깨달은 김일성이 그 타개책으로 스스로 제안한 것이어서 남북관계의 청신호로 여겨질만 했다.

     하지만, 그해 7월 8일 김일성의 이해할 수 없는 갑작스런 죽음으로 그 역사적 회담은 불발되고 마는데, 그 결과를 쉽게 예단하긴 어렵지만, 손을 벌리기로 작정한 북한이란 점에서 회담 불발의 아쉬움은 분명히 있었다. 

    반면, 의심스런 만남은 성사되었다. 문민 정부 차기에 햇볕정책을 들고 나온 김대중 정권은 소위 조공식 애걸복걸 물밑작업을 통해 급기야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2000년 6월 13일 김정일과 감격적(?) 포옹을 하게 된다. 2박 3일간의 회담 끝에 남북화해의 불편한 진실인 6.15 남북공동 선언이란 결과물을 내게 되는데, 그 선언엔 남북 대결의 냉전질서 종식과 화해 및 협력의 역사적인 측면이 언급되면서 남북한 교류와 협력을 통한 민족 화해와 평화 정착이란 내용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미 북한은 음흉한 발톱을 숨겼던 반면 남한 김대중 정권은 수직적 관계를 스스로 자임함으로써 남북관계의 비이상성을 만들었던 터였기에 선언에 의거한 실천 또한 뻔한 것이었다. 북한정권의 진정성 여부 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포장에만 급급한 남한 좌파정권의 자기 과시는 남북관계를 점점 심연으로 빠져들 토대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북한의 난맥상엔 분명 남한 좌파정권의 공범적 헌신이 있었던 셈이다.  동반자적 관계 형성에 무능했던 점은 기본기 부족이라 할 것이다. 

    이는 6.15 공동선언의 결과물인 개성공단은 이미 그 결과를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는 소리다. 사실, 평양과는 먼 지역을 택하는 등의 북한 지침대로 건설되었고 이익이 분명한 개성공단을 북한이 안할 이유는 별로 없었다. 2000년 8월 현대와 북한이 합의하며 시작된 개성공단 사업은 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이 국내외 기업에 분양 관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토지 임차기간은 50년이다. 

    개성은 북한의 제3의 도시이자 교통의 요지로 판문점까지의 거리가 8km에 불과하다. 통일부장관 정동영씨가 공단 건설을 반대하는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럼스펠드를 만나 북한군을 후방으로 밀어내고 하는 개성공단이라 남북 화해의 장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만 어긋나도 그 곳이 볼모가 됨을 몰랐다는 것인가? 

    2003년 6월30일 개성공단 착공식이 있었고 드디어 2004년 12월15일 첫제품이 생산되기에 이른다. 남한의 자본, 기술력과 북한의 노동력이 합쳐졌다는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정권은 북한 근로자 54,000여명의 임금 명목 등으로 년 1,000억원이 넘는 외화를 거둬가고 있다. 김씨 왕조의 수조원에 달하는 해외 은닉자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남한에서 수도 21,000톤(개성주민들도 이용 중)과 전기 10만kw도 공급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남북한 냉전을 주도하면서 3월 27일 군 통신선 차단, 4월 3일 개성공단 통행 제한, 4월 9일 북한 근로자 전원 철수라는 일련의 시나리오를 개성공단에 적용시켜 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그동안 개성공단관리위 면담 제의나 개성공단 실무회담 제의 등을 통해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북한은 모든 책임을 남한에게 떠넘기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기에 정부는 4월 27일 남측 근로자들의 전원 철수를 전격적으로 결정하는 초강수를 두기에 이르렀다. 27일 126명이 들어왔고, 나머지 50명은 29일 귀환할 예정이다. 

    북한정권은 이미 2008년 7월 11일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조성된 경색 국면을 이용해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이권을 전면 몰수한 적이 있어 이번 개성공단도 그럴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하지만, 자체 공장운영 능력이 없고 판로가 막히게 되며 남한의 단수와 단전도 견디지 못할 것이라 폐쇄 실익은 없다는 것이 유력하다. 북한의 선택이 주목되지만, 이미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은 떠나고 있다. 

    전면 폐쇄시 북한이 잃게 되는 건, 년 1000억원이 넘는 외화와 54,000여명의 일자리인데, 북한이 자신들의 입으로 "개성공업지구가 폐쇄되면 막대한 손해와 피해를 볼 것은 남측이며 우리는 밑져야 본전"이라고 강변했다시피, 잃을건 없고 얻었던게 더 많았던 북한이다. 피해규모는 남한이 훨씬 커겠지만, 아쉬운 쪽은 북한이란 소리다.

    개성공단 진출기업을 위해 정부가 보상대책에 착수하겠지만 막대한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원부자제 및 완제품 5천억원, 거래처 배상 등 5천억원, 협력업체 피해 1조 등 당장 2조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협력업체 5,800여개 기업에 미치는 파장까지 감안하면 5~6조에 달할 전망이다. 사실, 북한이 이미 2002년 11월 "개성공업지구법"이란 법적 장치를 꾸미는 연극을 펼쳤지만, 북한이 안 지키면 그만인 법이다. 그 당시 남한정권은 그 법의 유효성과 건재함을 열심히 선전했었다. 

    북한정권은 27일 "개성공업지구가 완전히 폐쇄되는 책임은 전적으로 괴뢰패당이 지게될 것" 그리고 "우리는 6·15의 옥동자로 태어난 개성공업지구를 소중히 여기지만 덕도 모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들에게 은총을 계속 베풀어줄 생각이 없다"고 하면서 "우리는 괴뢰패당의 무분별한 대결적 망동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것이며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고야 말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성명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쪽이 어디인지를 잘 분별할 수 있는 이성이 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악담들이다. 

    박 대통령은 계속 장기화로 갈 경우 우리의 희생이 너무 크다며 전격 철수를 단행한 이유를 설명했는데, 정부로선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북한정권은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달라졌다는 소리다. 국민들은 북한정권에게 수평적 남북관계를 인정하고 전향적이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학습화된 과거식 행태는 이제 대한민국 국민에겐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종북적 좌파들이 주장하는 북한 개성공단을 이용한 허울 좋은 자유사상 전파는 미미할 뿐이고 풍선에 날리는 삐라 효과를 결코 따를 수 없음도 이제 알아야 한다. 

    이제 개성공단의 운명은 북에 달렸다. 앞으로 북한이 절대적 사과와 확실한 신의를 보이지 않고 안전장치를 만들지 않는다면, 정부와 국민들은 북한정권의 꽃놀이패이자 남한 좌파정권의 대못인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이유는 절대 없다. 따라서 이번 개성공단 사태는 제대로된 남북관계를 위한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내외신문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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